Peter Hare 피터 헤어 | 24 | Male | UK 영국
그래, 원래 당신은 누구였더라?
- P : 왜 병원에 갔냐고요?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집 마당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얀 사람들이 날 데려갔어요. 그래서 병원에 갔어요.
- 피터가 막 11살 생일을 넘겼을 즈음이었다. 잠들어 있던 아이는 쿵 하는 소리에 졸린 눈을 뜨고 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두운 벽들을 불안한 시선으로 훑다가 다시 잠들기로 하던 차에, 또다시 들려온 쿵 소리가 제법 육중했다. 결국 아이는 참지 못하고 이불을 발로 걷어냈다. 눈을 부비적거리며 맨발로 찾아간 큰방에서는 불이 새어나왔고, 쇠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유령일 거야. 졸린 머릿속으로 아이는 지레 겁을 집어먹었다. 그렇게 머뭇대는 사이 잠옷자락을 한참 만지작거리면서도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 카펫 위에서 발가락이 얼마간을 꼼질거렸다. 한참을 뜸만 들이다, 엄마가 유령을 쫓아내 줄 거야…… 이미 손은 문을 조금씩 밀고 있었다.
전등빛이 창백했다. 타는 쇠 냄새가 훅 얼굴에 끼얹어졌다. 아이는 그제야 그 냄새가 무엇인지 알았다. 빛 아래, 잠옷에 스며 피가 낭자한 어머니와, 그걸 바라보며 머뭇대는 검은 복면이 있었다. 얼어붙어 서 있는 사이 손은 의식 없이 멍하니 문을 밀었다. 텅. 문이 벽에 맞고 튕기는 소리가 이질적이었다. 남자는 아이에게로 당황한 시선을 돌렸다. 흘러 흘러 제 엄지발가락까지 다가온 붉은 선혈에 피터는 문득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에서 어떤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칼 손잡이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
강도, 살인. 납치.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기에도 아이는 어렸다. 다만 무의식에서 헤엄쳐 나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관자놀이가 깨질 듯이 아프다는 것과, 자신이 모르는 폐건물 - 헛간 안에 드러누워 있다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공포. 지금이라도 등 뒤에서 어떤 그림자가 튀어나와 저를 잡아먹어 버릴 (엄마 나 무서워요) 것만 같은 공포. 무서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썩은 마룻바닥을 짚었다.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잔뜩 겁에 질린 눈이 이쪽저쪽을 훑었다. 칸막이에 남루하게 달린 문 너머에서 빛이 잔뜩 화가 난 통화 소리와 함께 들려 왔다. 시체, 바다에, 돈, 그런 단어들이 드문드문 들려 왔다. 시선은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아무렇게나 늘어놓인 유리조각들, 망치, 도끼들을 본 아이는 공포로 온 몸을 떨어 대며 제 양 손을 맞잡아 미친 듯이 비벼 댔다.
비척비척 몸이 일어섰다. 당장이라도 기절해 아무것도 없는 무의식에 빠져 버리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며, 아이는 제 팔뚝만한 손도끼를 집어들었다. 여전히 맨발인 발밑에서 유리 조각이 밟히며 진득한 피가 흘러나왔다. 흐흐, 흐, 흐윽, 흐, 웃는 듯한 흐느낌 소리를 목 너머로 꺽꺽 삼켜 대며 양손으로 도끼를 그러쥐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빛이 새어나오는 옆 방으로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어깨로 기대듯 문을 밀어 열자 통화 소리가 끊기며 머리가 뒤를 돌아 봤고
- 콰앙, 콰직, 콱, 콰득 콱 콱 콱콱콱 - 모두 아홉 번. 그걸로 충분했고, 아이는 붉은 색이 터져 대는 도끼를 내리치며 비명을 (살려, 살려 주세요, 이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해요, 무서워, 그만, 살려 주세요)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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