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원작) 다음 만화속세상 <셜록 : 여왕 폐하의 탐정>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sherlock
지독하게 피곤한 하루였다. 그렉은 지끈거리는 머리로 제 집의 위치를 겨우 기억해낸 뒤 제 몸의 절반 정도는 되는 서류가방을 끌어안은 채로 힘들게 걷고 있었다. 몸의 작은 근육들 하나하나가 비명을 질러대는 기분을 느끼며 그렉은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잠시 멈춰 숨을 골랐다. 예전에 5분 정도면 금방 갈 수 있었던 퇴근길이 어린아이의 발걸음으로는 어찌나 긴지, 할 수만 있다면 길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었다.
퇴원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출근한 결과는, 욱신거리지 않는 곳이 없는 몸뚱이뿐이었다. 마흔을 넘긴 중년 남자가 하던 일을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의 몸이 거뜬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아침에 변한 몸에 적응하기란 생각했던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제 몸에 꼭 맞던 의자가 누군가 앉혀 줘야만 오를 수 있는 높이로 변하고, 입원 전 옷걸이에 걸어 놓은 제복 모자가 손에 닿지 않아 꺼낼 수 없는 위치가 되고, 서류더미에서 필요한 서류를 꺼낼 때 의자 위에 올라서야 하게 되는 등의 일들은 체력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든 것들이었다.
더욱이 직접 말은 않지만 저를 향하는 동료들의 동정 어린 시선까지 합쳐져 그렇잖아도 힘든 일에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런 불편한 시선들은 ‘직장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파릇한 신입 시절에나 했던 배부른 고민을 자꾸 떠올리게 만들었다. 급기야 나중에는 업무 중에 서류에다 코피를 쏟는 일까지 있었다. 단 하루의 일, 그것도 병가 후의 복귀임을 고려해서 적게 들어온 것이었는데도.
그런 불편한 생각들은 그렉이 퇴근한 후에도 그를 따라다녔다. 서류가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의 발자국마다 앞으로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아내에 대한 기분 나쁜 생각들이 끈적하게 눌어붙었다. 그 걱정들은 그의 뒤에 끈질기게 따라붙어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 무게에 한숨을 한 번 내쉰 뒤 그렉은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왔어, 여보.”
집은 직장만큼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는 저녁 식사 냄새, 웃으면서 저를 반기는 아내, 평소에 퇴근 후에 늘 그러듯이 가벼운 키스. 거기까지 생각하며 약간이나마 입꼬리가 올라갔던 그렉은 아내에게 입맞춤을 해 주기에는 이제 자신이 키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몰려드는 우울한 기분에 젖기 시작했다. 시야가 흐릿해진 눈으로 아내를 올려다 보다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예전보다도 감정 기복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또 망할 바뀐 몸 때문이겠지.
“다녀오셨어요.”
그렉의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늘 그래왔다는 듯한 태도로, 그렉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그의 서류가방을 받아들고, 제복 재킷을 벗겨 준 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그렉을 식탁 의자에 앉혀 주었다. 뻐근한 눈을 손등으로 문지른 그렉은 식탁에 놓인 어린이용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든 뒤 건너편의 아내를 응시했다.
“나는 정말 과분한 여자를 아내로 가졌어.”
'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셜] Tension (0) | 2016.10.26 |
---|---|
[레셜] 피로연 2 (0) | 2016.06.18 |
[존셜] 피로연 1 (0) | 2016.06.18 |